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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66 호 엔저 장기화, 일본 여행 넘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

  • 작성일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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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7
서성민

  최근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일본 여행과 쇼핑을 계획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같은 금액의 원화를 환전해도 이전보다 더 많은 엔화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엔저는 단순히 일본 여행 비용이 저렴해지는 현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지만, 해외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한국 수출 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일본산 원자재나 부품을 수입하는 국내 기업에는 생산 비용을 낮출 기회가 되는 등 한국 경제에 다각도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엔저 현상의 구조적 원인과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엔·달러 환율 주요 변동 및 정책 개입 현황 (사진: 구글 제미나이 활용)

 

엔저, 한국에서는 어떻게 체감될까

 

  엔저 현상은 엔화의 가치가 다른 나라의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 소비자나 기업이 엔저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지표는 원·엔 재정환율,  100엔을 사기 위해 필요한 원화 금액이다. 예를 들어 100엔당 900원이던 환율이 850원으로 내려간다면, 동일한 100엔을 구매하는 데 드는 원화가 줄어들므로 한국 소비자로서는 엔화가 저렴해진 셈이다.

 

  2026년 7월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800원대 후반에서 900원대 초반을 오르내리며 여전히 과거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24년 7월 100엔당 850원 안팎까지 추락했던 기록적인 엔저 사태 이후 약간의 반등을 거쳤으나, 여전히 엔화 약세 흐름이 가시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일 금리 차, 엔화 약세의 핵심 원인

 

  그렇다면 왜 엔화의 가치는 쉽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을까. 엔저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핵심 원인은 미국과 일본 간의 대대적인 금리 격차다. 미국이 고금리 기조를 오랫동안 유지해 온 반면, 일본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 환경을 지속하면서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달러 자산을 선호해 왔기 때문이다. 달러를 매수하기 위해 엔화를 매도하는 수요가 늘어날수록 엔화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특히 이러한 금리 차이를 활용한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는 엔화 약세를 한층 더 부추겼다. 금리가 저렴한 엔화로 자금을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달러 등 타국 통화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양국 간 금리 격차가 유의미하게 유지되는 한, 시장에서는 엔화를 팔고 타 통화를 사들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동반될 수밖에 없다.

 

▲일본 지폐(사진: https://m.blog.naver.com/jihye_0215/220829834216)

 

일본 경제의 구조적 불확실성도 영향

 

  그러나 단순히 미·일 금리 차이만으로 현재의 엔저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하고 금리 인상 순서를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엔화의 강세 전환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경제·재정 정책에 대한 구조적 불확실성 역시 엔화 가치 억제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본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재정 지출 확대가 이어질 경우 국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며, 이는 일본 국채와 엔화 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를 약화할 수 있다.

 

  또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변동성도 변수로 작용한다. 일본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구조를 지니고 있어,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수입에 필요한 외화 지출이 급증한다. 수입 비용 증가는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외환시장에서 엔화 매도 압력을 더욱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처럼 최근의 엔저 현상은 단일 원인보다는 미·일 간 금리 차를 기반으로 한 달러 선호 심리, 일본 재정·통화 정책의 불확실성, 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 다층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지난 2024년 일본 외환 당국이 엔화 폭락을 막기 위해 수조 엔 규모의 대규모 시장 개입에 나섰음에도 엔저 흐름이 완전하게 해소되지 못했던 점은, 이 현상이 단기적 수급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임을 잘 보여준다.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일본과 수출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내 기업은 엔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해외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가령 한국과 일본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비슷한 제품을 판매할 경우, 엔저가 지속되면 일본 기업은 상대적으로 가격을 낮추거나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엔화로 환산했을 때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은 일본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판매 가격을 낮추거나 이익을 줄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특히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산업에서는 이러한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본교 경영학부 서지용 교수는 최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엔저가 장기화되고 원화 약세가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한국 수출기업이 가격과 마진, 물량 측면에서 동시에 압박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자동차·전자·기계 등 직접적인 경쟁 업종에서는 환헤지와 고부가가치화 등을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엔화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한국 원화 가치도 최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며 원화가 강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미·일 금리 차와 각국의 환율 정책에 따라 향후 원화와 엔화의 움직임이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소비자와 수입 기업에는 기회

 

  반면 엔저가 한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일본산 제품이나 부품을 수입하는 국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줄어들 수 있으며, 한국 소비자 역시 일본 여행이나 현지 쇼핑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엔저는 일본 여행 수요와 일본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산 제품이나 부품을 수입하는 국내 기업 역시 엔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엔화로 결제하는 수입품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에서 소재·부품 등을 수입하는 기업에는 원가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청년층도,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주목해야

 

  청년층에게 엔저는 일본 여행이나 현지 소비 비용을 낮추는 반가운 변화인 동시에, 환율 변화가 우리의 소비와 국내 기업의 경쟁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해외여행과 해외 직구 등 국경을 넘은 소비가 익숙해진 청년층에게 환율은 더 이상 금융시장에만 머무는 개념이 아니다. 앞으로 엔저와 같은 환율 변동을 단순히 여행 비용의 변화로 받아들이기보다, 우리의 소비와 경제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윤진 기자, 서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