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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66 호 “엄마가 제일 좋아” 엄미새가 된 청년들

  • 작성일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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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9
장은정

▲ 엄미새 (출처: https://www.etoday.co.kr/news/view/2588242)


“엄마 안 늙었으면 좋겠어. 엄마를 동결건조하고 싶어.”


  평생 엄마와 함께하고 싶다는 뜻의 이 말은 엄미새 현상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밈이다. 엄미새란 ‘엄마에 미친 새끼’의 줄임말로 친구가 아닌 엄마와 쇼핑을 하거나 함께 여행을 다니는 2030 청년을 말한다.


  과거, 부모에게 과하게 의존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마마걸, 마마보이 단어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던 것과 다르게 엄미새는 다소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자신이 엄미새인 것을 숨기기보다 드러내며 엄마와 데이트 등 엄마와 일상을 공유하는 콘텐츠를 SNS에 게시하기도 한다.


팍팍한 현실에 엄미새가 되다

▲ 2026 가족관계 및 부모·자녀 관계 인식 조사 (출처: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엄미새는 단순한 인터넷 유행을 넘어 청년 세대의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 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진행한 2026 가족관계 및 부모·자녀 관계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5%가 엄미새 단어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10대(55.5%)와 20대(63.0%)에서 과반을 훌쩍 넘기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높은 인지도를 보였다. 부모와의 관계를 절친 같은 사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20대(26.1%)와 10대(30.5%)가 전체 평균(21.5%)을 웃돌았다.


  그러나 이 현상을 바라보는 세대 간의 시각차가 존재했다. 청년층이 이를 하나의 유쾌한 밈 문화(28.8%)로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것과 달리, 40대(31.5%)와 50대(35.0%)에서는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상이라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세대 차이 이면에는 청년들이 직면한 팍팍한 사회적 현실이 있다. 지속되는 취업난과 치솟는 주거비, 고물가 속에서 청년들에게 새로운 대인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일은 감정적,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됐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74.9%가 “연애도 효율성을 따지는 시대”라고 답했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 갈등과 거절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부모와의 관계는 탐색 비용과 긴장감이 덜하며, 경제적 부담까지 나눌 수 있는 안전한 지대다. 따라서 청년 세대가 부모와의 여가에 몰입하는 것은 극심한 사회적 불안정 속에서 찾아낸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생존 전략이다.


좋은 온실, 편안한 모녀관계와 독립 사이

▲상명대학교 가족복지학과 조은숙 교수(사진: 조은숙 교수 제공)


  상명대학교 가족복지학과 조은숙 교수는 엄마와의 친밀관계 자체는 좋은 것이지만 지나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되는 현상으로 진단한다.


  조은숙 교수는 “오늘날의 모녀관계는 과거의 부모-자녀 관계에 비해 훨씬 수평적이고 친밀해졌다. 엄마는 딸에게 친구처럼 편안한 대화 상대가 되어주고 취향과 여가를 공유하는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 더구나 엄마와의 관계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 필요한 탐색과 긴장, 거절의 위험이 적고 경제적 부담도 작다. 그런 의미에서 엄미새 현상은 고단한 청년세대가 발견한 매우 편리하고 안전한 친밀성의 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녀가 성인이 되면 부모 역시 빈 둥지 시기를 앞두고 상실감과 허전함을 겪는데, 딸과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엄마의 욕구와 안전한 관계를 원하는 딸의 욕구가 맞아떨어지면서 이 관계가 더욱 공고해진다. 취업과 주거 등 독립을 위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가족이라는 안전기지는 청년들이 버틸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온실’ 역할을 한다.”


  다만 조 교수는 경계해야 할 지점을 명확히 짚었다.


  “그러나 가족치료자의 관점에서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가까운가?’보다 ‘필요할 때 서로 떨어질 수 있는가?’다. 엄마와의 관계가 너무 편안하고 충족적이어서 경제적,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성인으로서의 과제를 미루게 만든다면 ‘좋은 온실’은 어느 순간 성장을 지연시키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결혼 후에도 이런 엄미새의 삶을 끝내지 못하면 부부관계가 충분히 형성되기 어렵고, 장서갈등의 한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엄미새 현상을 보는 세상의 시선은 딸과 엄마의 관계에는 허용적이지만 아들과 엄마의 관계에 대해서는 덜 허용적인 편인데, 이와 관련하여 조 교수는 “엄마라는 보호처에 머무르는 것이 문화적으로 쉽게 허용되지 않는 청년 남성들은 어디에서 위로받고 의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가족의 안락함을 기반으로 건강한 독립심을 키우도록


  가족과 시간을 함께하며 정서적 위안을 얻는 것은 청년들에게 회복의 자원이 된다. 가족 안에서의 따뜻한 유대감 자체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온실이 주는 무조건적인 편안함에만 안주해 세상과의 마찰을 회피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자립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가족이라는 든든한 안전기지를 바탕 삼되, 안락함에만 머물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며 실패와 성장을 마주하는 독립심도 필요하다.



장은정 기자